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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츠라] 별무리 속 단풍나무 한 그루 본문

즈라른 연성

[사카츠라] 별무리 속 단풍나무 한 그루

월영 (月影:香) 2016. 11. 16. 00:30

※라히님 30번 달성표 보상

*캐붕과 과거날조 주의

*찜찜함 주의

 

W. 월영(月影:香) 

 태양이 어둠에 삼켜지고 달조차 자취를 감추던 차가운 밤하늘에는 여러 색들의 별들이 비단에 수놓아진 듯 그림을 그리며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초하루 밤에는 별빛에 의지해 뒷동산으로 올라가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달도 뜨지 않는 매 초하루 밤마다 오로지 등불에 의지하며 뒷동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종종걸음을 반복하고는 큰 단풍나무 고목 아래에 앉아서는 홀로 쓸쓸하게 그저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기다리고 있다네.”

 슬픈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작은 속삭임은 점점 차가워지는 가을바람 못지않게 차가웠다. 저 끝없는 어둠속의 별무리들을 바라보며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꺼내놓고 회상에 잠겼다.

‘나는 저 넓은 우주로 갈 거여. 즈라, 너도 갈 텐가?

 카츠라는 자신의 손을 잡고 말했던 사카모토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나는 여기서 이곳을 지켜야지. 다녀와, 타츠마. 기다리고 있을 테니.’

 카츠라는 달도 뜨지 않던 초하루 날의 어둠속으로 점점 흐려지는 사카모토의 모습을 뒤에서 그저 지켜보았다. 그렇게 소식이 끊긴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사카모토에 대한 모든 소식이 끊기고 최근에는 쾌원대의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정인의 소식조차 끊겨버린 카츠라는 그저 사카모토가 떠나버린 우주와 은은하게 길을 밝혀주는 은하수를 바라보았다.

 카츠라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달빛이 하늘 길을 이끌어주지도 않던 초하루 밤 그를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들려오지 않는 소식에 걱정하고 초조해하며 장장 며칠간을 사카모토를 찾아 헤맸던가. 광활한 우주에 그를 혼자 보낸 것 같기에 카츠라는 발을 동동 굴리며 기다리기만을 계속했다.

 그 시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카츠라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이 따르던 스승과 벗 모두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너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날이 야속해. 타츠마, 너는 어디에 있는 거지?”

카츠라에게 돌아오지 않는 정인을 기다리는 것은 몇 해가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었고, 뜨지 않았던 달을 원망했다.

“뱃멀미도 심한 녀석이 괜찮을까.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닐까.”

 많은 걱정들과 함께 카츠라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자신의 정인 사카모토 타츠마를 기다리는 일이었기에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밤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나무 그늘이 더 길어질 때 즈음 카츠라는 정갈하게 써진 편지를 봉투에 넣어서는 자신의 옆에 내려놓고는 그 위에 작은 돌멩이를 얹었다.

“편지라도 닿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카츠라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와 소식을 담은 편지를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는 이 동산의 단풍나무 아래에 놓고는 홀연히 떠나갔다.

 

“여기가 별이 제일 잘 보이는 곳이지. 와하하하-, 그리고 저기 저게 너의 별자리지.”

 검지손가락으로 별자리를 따라 그리던 사카모토의 손이 카츠라의 머리위로 올라가고는 카츠라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따라 쓰다듬기 시작했다.

“저 별처럼 너도 빛나는 구먼. 눈이 아플 정도로 아주 반짝반짝 말이야.”

“낯부끄럽게 뭐하는 거야, 사카모토.”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인 카츠라를 보며 호탕하게 웃는 사카모토는 말없이 카츠라를 세게 안아주었고 사카모토의 온기가 카츠라에게 그대로 닿았다. 그 따스한 온기를 즐기듯 그저 카츠라는 눈을 감고 기대있었다.

“봄인데도 밤이라 그런지 바람이 차네.”

 땅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대지를 수놓고 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무리를 이루며 그들을 빛내고 있었다. 바람에 벚꽃의 향기가 아지랑이 일 듯 살랑거리며 코끝을 간지럽게 만들었고, 눈꽃처럼 내리는 벚꽃 비는 그들에게 평생 잊히지 않을 밤을 선사했다.

 뒷동산 단풍나무 아래, 따뜻했던 봄의 밤은 그렇게 그들의 이별과 재회를 지켜보았다.

오직 하늘을 바라보며 달에 닿기를 원하는 단풍나무처럼 카츠라는 오늘도 사카모토라는 하늘 아래, 단풍나무처럼 우직하게 그를 기다릴 뿐이다.

 

 

단풍나무의 꽃말: 염려, 자제, 은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