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만나고, 그대를 만나고, 만남의 연속
*자주빛 립스틱에서 이어집니다. 그 사람은 나를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겉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옆에 우산이 있는데도 쓰지 않고 멍하니 공원 입구와 시계를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을 그 남자는 어쩐지 처량해보였다.“여기서 비 맞고 있으시면 감기에 걸릴 거예요.”나는 그윽한 미소를 연출하며 그에게 우산을 건넸다. 옆에 우산이 있는데도 쓰지 않았다는 것은 나의 우산을 기다렸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 “그럼 아가씨는 밤에 누구를 만나기에 그렇게 꽃단장을 하고 돌아다니시나.”“당연히 애인을 만나러 나왔지요. 낮에는 보는 눈이 많지 않습니까?”그 사람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우산을 들고 나를 우산 안쪽으로 향하게 자리를 바꾼 후 내 허리를 가볍게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바로 옆 정자로 가서 겉옷을 벗고는 목의..
*새벽부터 내려오는 비를 보니 기분이 언짢다. 생일이라며 축하해주는 이 하나 없으며 오히려 생일에도 도망을 다녀야하는 처지인데 비까지 오니 이게 무슨 처량한 신세인가. 그래도 엘리자베스는 옆에 있어줄 것이라 믿었지만 아침부터 엘리자베스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작년에는 생일 축하한다며 이상한 현수막에 플랜카드까지 들고 다니면서 양이지사인 나를 홍보를 하더니 작년에 그 일로 몇 마디 해서 그런지 올해는 아무 것도 없었다.긴토키는 생일이라는 것에 무감각한데다가 사카모토는 우주에서 장사를 하고 있으며 그나마 내 생일이라며 항상 선물을 주었던 타카스기도 10년 전부터는 내 목을 베기 위해 난리이니 인생을 잘못 산 것이 아닌지 조금 후회가 되었다.일찍 가족들을 여의고 홀로 생활한 나에게는 친구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
*화양연각花養緣閣 꽃 즉 기생을 키우고 인연을 만드는 장소, 양이전쟁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또 다른 요시와라. 유흥을 즐기는 공간이자 고위 인사들과 다양한 정보들이 흘러들어오는 정보통이며 이곳의 오이란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화양연각에 있는 유녀들만이 오이란의 얼굴을 알며, 그 외로 오이란이 허락한 자에게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마저도 흔한 일이 아니고, 오이란이 바뀔 때 딱 한 번 그때만 일반인들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기에 평소에 일반인들이 화양연각의 오이란을 마주하기는 매우 힘들다. 화양연각의 오이란과 이야기해본 자의 말에 따르면, 목소리는 꽃이 떨어지는 소리요, 말투는 햇살같이 따뜻하며 품격이 있고, 노랫소리와 샤미센 연주는 맑은 물이 흘러가듯 청아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무엇보다 맑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