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라른 연성

<즈라른 전력-타카츠라> 우리라는 이름의 전쟁

월영 (月影:香) 2016. 7. 24. 23:02

✽✽✽

끊이지 않는 전쟁의 연속, 크고 작은 전투에 많은 사람들은 지치고 쓰러지고, 부상자는 더욱더 늘어났고, 많은 사망자들로 이곳은 눈물이 끊이지 않는 땅이 되었다.

‘우리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지칩니다.’

우리에게 많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만, 불평, 심지어는 욕까지도 정말 다양한 목소리가 우리의 귀에 들려왔다.

나도 점점 지쳐갔다. 전쟁의 이유를, 내 대의와 목적들마저 흐릿해져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 손에 수많은 피를 묻혀가면서 점점 미쳐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 와중에 붙은 나의 별명. ‘광란의 귀공자.’ 지금의 내 모습과 너무 잘 어울리는 별명이 아닌가. 속으로 비웃었다. 내가 그 별명을 가져도 되는 것일까. 많은 고민이 나를 점점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오늘은 정말 평화롭고 어느 때보다도 잡념이 나를 지배했다.

4일 동안 크고 작은 전투가 끊이지 않았고, 연속된 전투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대승을 이뤄냈고, 적어도 오늘 밤 만큼은 평화로우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저 수 많은 별들을 보며 생각했다. 과연 이 길고 긴 전투가 끝나면 무엇을 할까. 과연 내가 미래를 바라봐도 될까. 이런 많은 생각들이 나를 지배하려는 찰나에,

“즈라, 안자냐? 긴토키와 사카모토는 이미 자고 있다.”

내게 들려오는 신스케의 말.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어.”

어둠이 삼켜버린 하늘에 저마다의 빛을 가진 별과 달을 보며, 미래에 대한 생각을 했다고 말하면 분명히 비웃겠지.

“네가 말하지 않았던가. 언제 전투가 시작될지 모르니 남은 시간에는 휴식하라고. 게다가 지금은 한밤중이다. 여기를 지켜주는 사람은 많으니 넌 가서 자라. 네가 피곤해 하면 우리 모두가 피곤해.”

신스케의 무심해 보이는 걱정. 어릴 때부터 귀염성이 하나도 없었지.

“신스케, 너는 이 전쟁이 끝나면 무엇을 할 거냐?”

뜬금없는 질문에 신스케는 풋하고 비웃고는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지금 죽어도 이상할 거 하나 없어. 게다가 미래라니,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하는군.”

항상 전쟁터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에 임하라고 말하는 나에게 어쩌면 미래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 신스케의 말이 옳다. 지금은 전쟁에 임해야 해.

“그래도 미래라, 꽤나 솔깃하군. 전쟁이 끝나도 난 검을 놓지 않을 거다. 계속 이곳을 지켰듯이 난 이곳에 남아 여기를 지킬 거다.”

의외의 말에 나는 토끼눈을 뜨며 신스케를 바라봤고, 신스케는 어두운 밤하늘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울리지 않네.”

“먼저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한 건 너다.”

그렇게 말하고는 서로 별이 가득한 새까만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항상 변하지 않는 달과 별, 그리고 새까만 밤하늘. 비록 한밤중에만 볼 수 있지만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도 내 옆에는 평생 네가 있겠네.”

“무슨 소리냐.”

“나도 여기서 검을 들고 이곳을 지키려고 했었거든.”

“그런가. 너의 그 못생긴 낯짝을 평생 봐야한다는 소리군.”

별과 달 빼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까만 밤이었지만 신스케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만큼은 선명히 보였다. 역시 귀염성 하나 없다.

“평생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어, 신스케. 우리 변하지 말고 이대로 쭉.”

“쓸데없는 소리 하기는.”

✽✽✽

이렇게 잊히지 않을 우리의 한밤중의 작은 이야기들이 스쳐갔다. 전쟁 중 반가웠던 우리의 짧은 평화로운 밤.

하지만 우리가 원하던 미래는 찾아오지 않았고, 서서히 우리의 작은 이야기들은 기억 저편에 남아버렸다. 그리고 다시 신스케와 만나게 됐을 때는 악연의 연속이었다.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우리가 야속했고, 시간이 야속했다.

너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외치던 나의 마음속 간절한 외침은 너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결국 우리는 다시 전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라는 이름의 전쟁을.

Fin, 우리라는 이름의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