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라른 연성/화양연각: 꽃들의 이야기

花養緣閣 : 계수나무 숲의 저주 (1)

월영 (月影:香) 2017. 5. 24. 02:49

*화양연각

花養緣閣

 꽃 즉 기생을 키우고 인연을 만드는 장소, 양이전쟁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또 다른 요시와라. 유흥을 즐기는 공간이자 고위 인사들과 다양한 정보들이 흘러들어오는 정보통이며 이곳의 오이란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화양연각에 있는 유녀들만이 오이란의 얼굴을 알며, 그 외로 오이란이 허락한 자에게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마저도 흔한 일이 아니고, 오이란이 바뀔 때 딱 한 번 그때만 일반인들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기에 평소에 일반인들이 화양연각의 오이란을 마주하기는 매우 힘들다.

 화양연각의 오이란과 이야기해본 자의 말에 따르면, 목소리는 꽃이 떨어지는 소리요, 말투는 햇살같이 따뜻하며 품격이 있고, 노랫소리와 샤미센 연주는 맑은 물이 흘러가듯 청아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무엇보다 맑고 아름다운 그 내면은 다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고 말하며,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 말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오이란의 얼굴을 보지 못한 점에 매우 아쉬웠다고 말했다.

 물론 이마저도 오이란을 마주할 수 있는 고위 관부들의 이야기이거나, 화양연각 유녀들의 이야기를 뒷받침한 것이다.

 이 화양연각의 오이란이 되기 위해서는 외모는 기본이고, 노래와 악기 심지어는 무예 실력까지 갖춰야 했다. 남자를 압도할 수 있는 그런 무술 실력이 있기에 지금까지 아무런 해 없이 화양연각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래서인지 화양연각의 오이란은 쉽게 바뀌지도 얕보이지도 무시당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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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는 항상 나에게 계수나무 숲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곳에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고 있으며 그 숲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허구의 이야기.

 나는 누가 나를 꼬드겨도 그 숲 근처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무섭다기보다는 할머니의 그 말씀을 어기면 왠지 나쁜 아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 소문에 대해 무신경해질 때 즈음,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나는 하루아침에 카츠라 가의 당주가 되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거처를 옮기고 홀로 수련을 하며 지내고 있었을 때 운명처럼 쇼요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났다.

 어느 밤, “나 거기서 굉장히 예쁜 누님 봤다?”라며 잔뜩 흥분한 채로 소리를 지르는 긴토키는 나와 타카스기에게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굉장히 아름다운 여인이 계수나무 숲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목격했고 그 저주받은 숲에 결국 그 여인이 들어갔다는 시덥잖은 이야기.

 “긴토키, 그러고 보니 계수나무 숲 뒤에 있는 바위에서 어떤 여인이 뛰어내렸대.”

 무신경하게 툭 내뱉는 타카스기의 그 말은 우리에게 순간 공포심을 주었다.

 “그 숲은 예로부터 저주받은 숲이라고 유명하잖아. 뭐, 옛날부터 그 숲에 들어가면 귀신에 홀려서 자살바위에서 뛰어내린다고 그랬던가?”

 무덤덤한 타카스기의 말에 긴토키는 놀란 듯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갑자기 잔다며 누웠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타카스기는 뒤에서 킥킥대고 웃으며 자리에 누웠다.

 “즈라, 자자. 저런 겁쟁이는 내버려두고.”

 “누가 겁쟁이래!”

  긴토키와 타카스기의 말다툼이 이어지고 결국 쇼요선생님이 오셔서 꿀밤을 먹인 후에야 우리는 조용히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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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이 생각날 정도로 간절한 지금, 나는...